20080511_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1

    띵's 여행

    팔봉산 in 강원도 홍천

    2008년 5월 10일

    전날 먹은 술 때문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아니 어쩌면 게을러진 탓이겠다.
    인터넷도 뒤져보고 지도도 펴봤지만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어디를 갈지 정하지도 않았다. 단지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여행이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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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행을 위해 고생한 SONATA III.


    12시쯤에 집을 나섰다. 집에는 나혼자 간다고 하면 분명 못가게 뜯어 말릴게 뻔하므로 같이 교육받는 사람들과 같이 간다는 핑계를 둘러대고 나선 길이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마음 먹은 것을 이번에는 꼭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다녀와서 사실대로 말하겠다 생각하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지금껏 부모님께 거짓말 한 것은 손으로 꼽는다. 그 중 한번, 바로 이번 여행에서 나를 위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떠난 여행.. 하지만 난 너무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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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은 너무나도 지루했다. 집에서 나서서 내부순환로를 타고 북부간선도로를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 70번도로를 타고 팔봉산.. 내부순환로 부터 막혔다. 차에 기름이 다 되어가서 홍제쪽에서 나와 주유소를 찾았고, 주유를 하고 잠깐 화장실에 가려고 주유소 옆쪽에 차를 주차하려는데 BMW를 살짝 받았다.^^; 정말 살짝.. 흠집이 없길 다행이다. 하지만 내 잘못보다 뒤에서 어리버리하게 수신호를 해주던 그 직원 잘못이 더 크다.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직원이 계속 내게 물어본다. 보기에 괜찮은 것 같냐고.. 불안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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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봉산 가는 길의 고개. 꼬불꼬불.


    검색을 하니 팔봉산까지 소요시간 120분.. 흠.. 지금 다시 찾아보니 139분에 길은 올림픽대로를 지나는구나.. 잘못찾았네^^;; 아무튼!! 이번 여행의 소요시간은 6시간 반..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물론 거의 다 도착해서 길을 조금 헤매서 그렇기도 하지만 너무 오래걸렸다. 팔봉산 유원지에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카메라에 담긴 팔봉산의 사진은 너무 어둡게 나왔지만, 내눈엔 잘 보였다. 이젠 고물이 다 되어가는 카메라.. Nikon CoolPix 3100.. 아쉽게도 좀 더 좋은것을 사야할 것 같다. 이번 여행의 장면을 전부 다 담지 못했다. 배터리때문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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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도착해서 찍은 팔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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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기 전에 찍은 아침의 팔봉산.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기운 탓인지 점점 불안해 졌다. 무섭기도 하고, 집에 돌아갈까도 생각해 봤다. 주변에는 텐트를 치기도 하고 식당에서 술 한잔 하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내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은 없기에 점점 내가 약해졌다. 마음을 다잡고 더 추워지면 몸이 상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잠잘 곳을 찾아 떠났다. 오는 길에 양덕원 쪽에서 얼핏 보았던 찜질방에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찜질방이 아니라 사우나.. 문은 닫혀 있었다. 결국 근처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다행히 3만원.. 보통 이정도 하니까 따뜻한 방에서 편하게 잠을 잤다.

    아침에 깨자마자 찾아간 곳은 여관 옆에 있는 김밥천국.. 아침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전날 점심부터 굶었서 배가 고픈 상태였기에 맛은 기억도 안난다. 그렇게 다시 팔봉산을 향했고, 햇살에 비치는 팔봉산의 경관은 나로 하여금 이런 생각이 들게했다. 사람들이 좀 더 좋은 카메라를 원하는 까닭은 내 눈에 비치는 지금 저 모습을 나중에 내가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사진으로나마 남기고 싶기에 저 자연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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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쯤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데, 아저씨가 줄을 잡아야 하는 곳이 많다며 장갑을 챙겨가라고 하신다. 하지만 들고 온 거라고는 카메라, 핸드폰, 지갑, 차 그리고 몸뚱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채셨는지 아저씨께서 쓰던 거라도 하나 가져가지 않겠냐며 장갑을 건네주신다. 나야 당연히 쌩유베리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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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봉을 향한 내 첫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지만 앞에 놓인 계단을 다 오를때쯤 다리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듯 하였다. 계단의 끝이 정상이길 바랬다. 1봉 정상까지는 불과 1시간 남짓.. 1봉 정상에서 만난 젊은 부부와 사진도 서로 찍어주며 다음 봉우리를 향하였는데, 8봉까지 간다는 말에 시계를 쳐다보았다. 9시 조금 안된 시간.. 2봉까지 갔다가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져버리고, 8봉을 목표로 땀을 흘리며 발을 옮겼다. 1봉에서 쉬운길로 가려다 부부의 한마디에 험한 길을 택했다. 이렇게 밧줄이 있는데 예의상 험한길로 가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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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봉산 밧줄 타기의 시작. 아직 시작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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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 길은 정말 최고 평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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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이라는 화살표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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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론 이런 경사와 밧줄타기와 심한 체력저하로 카메라를 잘 못들게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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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봉을 오르다가 잠시 주변을 볼 여유가 생겼다. 내 눈으로 본 풍경은 더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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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봉 정상에서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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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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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부부는 정말 좋아 보였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약간의 씁쓸함.. 같이 가고는 있었지만 무척이나 외로웠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올랐고, 여행을 하는 시간동안 처음으로 '나' 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2봉, 3봉.. 어느 하나 쉬운 봉우리가 없어서 오로지 두려움을 떨쳐 내면서 밧줄을 잡은 내 팔의 신경과 돌을 밟고 흙을 밟으며 산을 오르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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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분들이다. 날 사진 기사로 임명하신 분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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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봉에서 본 1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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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봉에서 본 1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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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봉산 산신령 님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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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봉에서 본 1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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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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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로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힘을 내서 3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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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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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천만한 코스.. 팔봉산 대부분이 밧줄로 극기훈련 코스.


    팔봉산에는 하산로가 많지 않다. 봉우리 하나 넘어가면 억지로라도 다음 봉우리를 향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7봉과 8봉 사이에서 특히 갈등되었다. 위험문구 하나로.. 8봉은 제일 험한 코스이고, 8봉의 하산로도 험하므로 자신없으면 내려가라는 뭐 그런식의 글자모음들.. 결국 내게 채찍질 하는 것은 젋은 부부의 모습이었다. 누군가 옆에서 지탱해 주고 있다는 믿음과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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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조그만 돌틈으로 몸을 빼내야 했다. 같이 다니던 부부가 지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옷이 더렵혀져도 좋을 정도로 등을 대고 발로 밀어서 올라오라고.. 그 옆에 지나가시던 분들은 또 말한다. 아들 나온다고^^; 10키로 보다 훨씬 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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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봉에서 본 3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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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봉에서 본 5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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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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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봉 등하산 코스 다음으로 무서웠던 곳. 아쉽게도 카메라 배터리가 다되서 마지막 컷이 되었다.


    7봉 정상에서 난 비로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찾게 되었다.
    자연은 내게 무엇인가를 말해 주고 있었다. 갑자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떠오르는건 왜일까. 저 나무들은 저렇게 모여있어서 푸르고 푸른데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가의 하나하나 떨어진 나무들은 병들고 아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혼자 있는 것은 내 고집과 자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이다. 산의 나무들을 돌아보며 내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 옷깃을 스쳐지나 가는 인연들에게 감사합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주변에 나를 보고 웃어주고 챙겨주는 당신 때문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문자로 돌리고 싶었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갑자기 저러면 XX놈 이라는 답장이 쏟아질 것 같아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 돌렸다. 가족들과 친척들, 초중고를 통해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 제주도에서 나를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지금 나를 만나고 있는 인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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